아르네 야콥센 – 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인 시리즈 2

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디자이너 중 하나는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 입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모더니즘을 완성시킨 야콥센의 디자인은 현재에도 각광받고 있고, 계속해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야콥센의 탁상시계부터 세븐 의자, 에그 의자, 스완 체어 등 오리지널의 타임레스 디자인으로 인해서 짝퉁마저 여전히 고가에 판매되는 가구 디자인의 명품 입니다.

[에그 스완 체어 / c: Republic of Fritz Hansen]

 

아르네의 유년시절

아르네 야콥센 (1902-1971)은 기능주의에 기여한 것으로 잘 알려진 덴마크 출신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코펜하겐에서 안전핀과 똑딱이 단추 도매상 아버지와 은행원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야콥센은 어릴 때부터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습니다. 어린 야콥센은 미술가가 되고 싶었으나, 밥벌어 먹기 힘든 미술가의 삶에 대해 알고 있던 어머니가 야콥센에게 건축가가 될 것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야콥센은 로열 덴마크 예술 아카데미의 건축학과에서 공부하게 되습니다.

 

 

대학시절과 디자인 세계와의 조우

로열 덴마크 예술아카데미 재학 중 야콥센은 학생신분으로 파리의 아르데코 전시회인 ‘응용 미술과 산업 현대 주의 예술 및 공예 국제 전시회’에 의자 디자인을 제출하였고, 이 디자인은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때 이미 세계적인 가구디자이너가 될 조짐을 보였던 것이지요. 전시회 참가를 계기로 야콥센은 르 꼬르뷔지의 에스프리누보관 (L’Esprit Nouveau pavillion)을 보고 큰 영감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졸업하기 전 독일 여행을 계기로 루트비히 미스 반 데르 로에, 월터 그로픽우스의 영향도 크게 받게 됩니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 출품한 졸업작품인 아트갤러리 디자인이 금상을 받으며 아르네는 학창시절을 화려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미래의 집과 총괄디자인의 탄생

졸업 후, 폴 홀쇼 건축사 사무소에서 일하던 야콥센은 동료 건축가 플레밍 라센과 함께 덴마크 건축 협회에 미래지향적인 집 모델을 출품하였는데요, 여기서 영예로운 ‘미래의 집’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집은 만화 젯슨가족에 나올 법한 모습인데요, 주차장, 헬리패드, 보트계류장, 컨베이어벨트가 달린 주방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올 듯한 컨셉트를 적용하여 지금 만들어도 전혀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으로 수상 하였습니다.

야콥센은 이런 수상실적을 바탕으로 1929년에 자신의 건축 사무소를 오픈하였습니다. 이후 수 년 간 야콥센은 국제적으로 모던한 스타일의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었으며 “총괄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따랐습니다. 이는 가구와 부속품에서부터 건물 직원의 제복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여 일관성 있게 창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House of Future / c: Royal Danish Library]

 

2차 세계대전과 야콥센

제2차 세계 대전 중 야콥센은 나치의 유대인 말살정책을 피하여 조그만 노젓는 보트를 타고 바다 건너 스웨덴으로 망명하게 됩니다. 전쟁중 건축 자재의 부족으로 스웨덴에서는 건축활동은 집 한 채 디자인 하는 것 외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벽지와 텍스타일 디자인에 집중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1945년에는 다시 덴마크로 돌아와서 건축 활동을 재개하였으며, 지금도 유명한 ‘넘버 세븐 체어’와 ‘앤트’를 비롯한 작품으로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쌓았습니다.

[Oxford St. Catherine / c: Fritz Hansen]

 

디자인 거장이 되다

1956년에는 그가 수주한 프로젝트 중 가장 훌륭한 코펜하겐의 SAS 로얄 호텔을 맡아 총괄 디자인을 시작하여 1961년에 완성하게 됩니다. 세계의 첫 디자이너 호텔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야콥센이 건물부터, 소파, 테이블, 조명, 테이블웨어, 공항 셔틀버스, 심지어, 재떨이까지 포함한 컴프리헨시브한 작품들로 그의 명성을 드높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56년에 브룩스쿤스트 건축 학교의 교수로 임명되었습니다.

[SAS Royal Hotel Room 606 / c: Norm Architects]

1960년대에는 야콥센은 원, 원통, 삼각형, 정육면체와 같은 형태로 계속해서 비율을 고려하며 창작했습니다. 1962년에는 옥스포드대의 세인트캐서린칼리지 건물을 디자인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 코펜하겐 전역에 걸쳐 볼 수 있는 여러 건축물과 함께,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 미술 박물관, 런던 디자인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 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국제 컬렉션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타임레스한 디자인의 가구와 소품들은 오늘날에도 계속 제작되어 전세계 애호가들에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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